▲ 사진은 한수원이 고리에 건설하고 있는 신고리원전 1.2호기 전경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원자력발전 확대에 대한 찬반과 위험성여부를 놓고 여러 논쟁이 잇고 있는 가운데 자유선진당 정책위원회가 ‘원자력발전의 안정성과 정책을 긴급 점검한다’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장순흥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교수가 ‘일본원전사태의 현황 및 국내원전의 안전성 향상방안’을 주제로 발표한데 이어 이은철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가 ‘일본 원전 사고와 향후 원자력 전망’을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가동중 원전, 안전성 심층 평가해야=장순흥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 교수는 국내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성 향상을 위한 방안으로 가동중 원전의 안전성을 심층적으로 평가하는 한편, 사고관리 및 비상계획수립 체계를 확립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원자력 발전소의 비상전력공급시스템을 강화하고 원자력 안전 연구 및 국제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불어 원자력 종사자들의 교육 및 안전문화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국내 원전은 가압경수로(PWR) 방식으로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비등수형경수로(BWR)에 비해 사고시 방사능 물질의 유출을 막을 수 있는 하나의 방벽이 더 존재한 만큼 안전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구조적 안전성 확보에 있어서도 “국내 원전은 원자로에 물이 가득차 있어 연료봉의 온도가 천천히 상승하고 격납용기가 커 사고 발생시 대처 시간확보가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장순흥 교수는 “지진 및 해일 발생시 비상대응매뉴얼과 관련절차에 따른 안정화 조치가 미흡했다”며 “일본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수습과정에서 발전소 손상 설비를 긴급 복구하는 과정에서 관련 절차에 따르지 않고 헬기 등을 동원해 살수작업을 벌인 것”을 사고를 키운 요인으로 지적했다. 그는 “인접 발전소에서 전원을 끌어 오는 등의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전원 복구를 최우선으로 시도했어야 했다”며 “해수 등을 이용한 과감한 냉각수 주입 시도도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신재생에너지의 한계로 원전 선호=이은철 서울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일본 원전 사고 이후 세계 각국의 대응과 전망을 발표하면서 우리나라는 물론 각국이 원자력을 필요로 선호한 이유와 배경을 경제성과 이산화탄소 저감효과 등에서 찾았다.
그는 “원자력 에너지의 경제성과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 에너지수급의 안정성 등의 이유로 필요성이 급증했다”며 “원자력 에너지가 전 세계적으로 지리적 편재가 적고 정치적으로 안정된 국가에 고르게 존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세계 에너지 수급동향과 에너지 안보 측면과 기술성, 설비 이용효율, 경제성 등 신재생에너지가 갖는 한계로 원자력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은철 교수는 “미국은 화석연료 대체 에너지원으로서 원자력 이용을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원전의 안전성을 포괄적으로 점검할 것을 지시한 상태”라며 “중국의 경우 신규원전 건설승인을 잠정 중단한 상태지만 원전 건설은 예정대로 추진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프랑스의 경우 원전의 안전성을 강조하면서 원전의 적절성에 대한 홍보를 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의 경우 원전의 안전성을 재검토하고 나서는 등 가동원전 17기가 가동을 잠정적으로 중단했으며 17기 가동시한 연장계획을 유보한 상태다.

특히, IAEA는 원자력없이 탄소배출 감축은 불가한 만큼 동(東)일본 원전사태로 원자력에 대한 반사적 대응을 경고하고 있으며 기타 국가는 원전 안전성 점검계획 내지 신규원전 승인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최악의 상황 고려한 대책 주문=김용균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기술적 원인을 비상냉각 전원 상실과 사용 후 핵연료 저장 수조의 문제점에서 찾았다. 그는 “처리과정의 폐쇄성, 국내외 전문가들과의 협력 부재, 극한 상황에서의 대처방안 부재 등이 사고를 확대시켰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예상을 뛰어넘는 9.0 강도의 지진과 14m 해일로 인한 불가항력적인 원전사고였지만 국내 대응방안으로 ‘상상 가능한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또 기술적 안전대책으로는 안전을 위해할 수 있는 요인을 분석해 사고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한편, 첨단로봇과 무인 정찰기, 장수명 배터 기술 등 안전대책을 위한 신기술 개발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사고 대응체계 개선과 관련해서는 일본이 국가 역량이 총동원된 비상대응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원자력 사고에 대비한 국가 컨트롤 타워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또 “일본의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기술에 대한 자긍심이 대단했던 만큼 예상하지 못한 재해에 대해 유연하고 순발력 있는 대처를 하지 못했다”며 “매뉴얼에 집착해 사고를 일으키거나 매뉴얼에서 벗어난 상황에서는 더 당황했던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보다 많은 에너지 욕심이 ‘공멸’야기=“원전 안전신화는 무너졌다. 핵중심의 에너지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핵분열 후 생성된 방사성물질의 독성과 위험성을 인류 문명이 해결할 수 없다는 데 주목해야한다. 인간이 핵분열을 완벽히 통제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아야한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핵발전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 것”으로 보고 “우리와 다른 비등수형이라거나 오래된 발전소라서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와 핵전문가들은 ‘안전하다’고만 강변할 것이 아니라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가동 중인 원전의 안전 점검과 수명연장을 중단하는 등 신규원전 건설의 재검토를 주장했다.

그는 설계 변경 후 검증없는 실험로 가동과 잦은 방사성물질 누출, 노동자 피폭, 핵연료봉 손상 등을 한국형 원전의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5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관련해 “에너지 계획의 기본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임에도 정부의 에너지 계획의 핵심은 더 많은 에너지, 더 많은 원자력”이라며 “에너지소비를 외면한 채 원자력과 화력에너지에 기대는 계획을 계속 고수하다가는 지구온난화에 의한 습격 전에 자원고갈과 핵폐기물과 핵발전소 사고에 먼저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전점검단 구성 종합점검 필요=이석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기획부장은 “전 세계적으로 예상을 뛰어넘는 대 지진이 연이어 발생해 설계기준을 초과하는 강진 발생 가능성에 능동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며 국내 원전에 대한 종합 점검을 주문했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지진 및 지진해일에 대한 취약점이 도출된 비상전력계통과 비상노심냉각계통,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및 필수해수계통 등에 대해 종합적 안전성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원전에 대한 종합점검과 관련해 교과부 주관으로 관련 정부부처와 전문기관, 학계 및 타 산업분야의 전문가들로 통합 안전점검단 구성의 필요성을 주문했다.

이 부장은 ▲제도개선 ▲지진 및 지진해일 ▲전력공급계통 및 주요설비 ▲사고대응 및 환경방사능 감시 등 4개 분야에 대해 집중적인 점검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점검결과 보완이 필요한 사항은 최단 기간내 조치를 완료하는 한편, 심층 검토가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관련 전문기관의 연구용역을 추진해 극한적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