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대표적 환경운동가인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요즘 무척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23일 오전, 서울 에너지정의행동의 사무실에서 1시간가량의 인터뷰가 이뤄지는 동안 다섯 차례 쯤 울리던 그의 휴대폰의 진동은 주인의 고단한 하루를 짐작케 했다.

이헌석 대표는 4월 지구의 날(22일)을 맞아 본격 출범 될 ‘기후정의연대’의 총괄직을 맡아 민주노동당,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녹색연합, 진보신당을 포함한 10여개 이상 단체의 목소리를 한데 모으는 일에도 여념이 없었다.

기후정의연대 출범 이유에 대해 그는 “기후변화회의와 관련이슈가 생길 때마다 흩어졌다가 모이는 많은 단체들에게 보다 공고한 결속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연대를 출범케 됐다”고 답했다.

특히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각종 언론의 쏟아지는 인터뷰 요청과 각종 토론회 참석으로 빼곡한 스케줄러를 펼쳐보이던 그는 “일본 원전 사태 이후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 변화의 필요성은 더욱 대두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 에너지 정책의 대안으로 “원자력 발전량을 현 36%에서 멈추고, 화력발전량을 줄여, 신재생에너지로 점차 확대해 가는 과정에서 그 매개체로 ‘LNG발전’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수립된 제5차 전력수급 계획을 보면 2024년 까지 총 발전량을 기준해 석탄화력은 현상유지를, LNG발전은 반 토막 이상 감소를, 핵 발전은 48.5%까지 확대되는 걸로 나와 있는 데, 이산화탄소를 줄이겠다는 정부가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화력은 그대로 두고, LNG발전은 대폭 줄인 채 원자력을 늘리겠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한국은 핵 발전에 중독된 나라”라는 다소 과격한 표현을 쓰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2008년 8월 고시된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2030년까지 총 발전량의 59% 이상을 원전으로 감당할 것이라 예고했다. 그는 “정부가 원전을 확대하는 근거로 ‘녹색성장과 이산화탄소감축’을 내세우면서 원전을 안전성, 환경친화성, 경제성의 신화로 포장해 발전량 비중을 대폭 늘리려 하고 있지만 사실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원전 신화는 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 말했다.

안전성의 측면에서 그는 이번 일본 후쿠시마 사태로 원전 안전은 더 이상 담보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화력발전이나 LNG발전 모두 터지거나 사고가 일어나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원전은 어떤가? 이번 후쿠시마 같은 경우 사고로 80km이내 약 198만명의 주민이 방사선 피폭과 먹을거리 오염과 공포에 떨어야 했다. 한번의 원전 사고가 미치는 그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 할 정도다.”

그는 사용 후 핵연료봉(고준위)과 중저준위 폐기물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원전의 경제성 또한 다시금 제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준위 폐기물은 최소한 10만년에서 100만년 이상을 보관해야 하는데, 이 처리 비용이나 위험성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것이 요지였다.

“(핵폐기물 처리 문제 해결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물며 이산화탄소도 100년정도 순환하면 사라진다. 이산화탄소 막자고 세운 원전에서 나오는 폐기물이 최대 100만년 보관돼야 한다는 것은 참 우스운 일 아닌가. 또 우라늄 채굴하고, 원전 세우고, 가동시키고, 폐기물 처리할 때 나오는 각종 이산화탄소도 만만찮다. 이산화탄소 없애려다가 이산화탄소 더 키우는 꼴이 될 수도 있다”

그는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온배수 문제도 지적했다. 대용량 발전소인 영광 여섯 호기를 예로 들어 지금도 1초에 약 60톤가량의 뜨거운 물이 쏟아지고 있어, 인근 어장 피해도 막심하다는 것이다.

“나는 핵을 ‘0’으로 반드시 만들자는 급진적인 주장을 펼치는 게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전환 프로젝트가 수립ㆍ시행되고 있다. 그린피스 같은 경우에도 핵 발전이 완전한 제로가 되는 년도를 2050년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금 돌리고 있는 걸 어떻게든 멈추고 모든 걸 새롭게 해보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더 이상 핵 발전이 증가되는 것을 막고, 점진적이면서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LNG발전소를 건설해 화력 및 원전발전량을 줄여나가는 데의 매개체로 삼고, 궁극적으로는 국내 실정에 맞는 맞춤형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이루자는 게 그의 골자였다.

LNG발전은 가스를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그를 도입함에 있어서도 머뭇거려지는 게 사실이다.

그는 그런 문제에 있어서도 공장건설-운영-폐로에 이르는 전 과정 평가를 통해 화력발전보다 LNG발전이 더 경제적이라는 데이터가 많이 있다는 근거를 내세웠다.

그는 “정부가 정책적 의지를 가지고 LNG발전 확대를 통해 원전 및 화력발전 비중을 줄여나가면서 우리나라의 지역특성, 날씨, 기후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태양광, 풍력, 지열 등의 신재생 비중을 확대해 가야한다”고 누차 강조했다.

독일은 메르켈 총리의 의지아래 2017년까지 신재생에너지 100%자립이라는 목표를 천명하고, 원자력으로부터의 단계적 탈출을 자국민들에게 약속했다.

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독일은 원전을 사용하면서도 25년간 신재생에너지를 부단히 개발해 현재 신재생에너지로 에너지를 100% 충당코자하는 목표를 추진하는 만큼 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우리나라도 독일의 사례를 본받아 지금부터 원전을 줄여나가기 위한 단계적이고 심층적인 계획을 수립ㆍ실행하면서 지역별 특성에 걸맞은 신재생에너지의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상용화를 이뤄가야 한다는 것이다.

“로마 납중독 사건을 떠올려 보라. 그 때 로마 귀족 및 시민들은 납이 무섭다는 걸 모르고 살았다. 하지만 납은 로마사람들을 급수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했고, 로마제국을 멸망시킨 주원인이었다. 내가 볼 때 핵도 이와 같다. 2030년 원전으로 59% 발전하기 이전에 지금부터 신규원전 건설을 지양하고, 화력발전량을 줄여가는 동시에 LNG를 브릿지로 사용해 신재생에너지로 건너가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그는 정부가 원전의 이 같은 모순을 알고 있으면서도 확대해 추진하는 것은 외국으로의 원전 수출활로를 모색해 산업과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독일의 사례를 본다면 원전이 아니어도 산업은 충분히 발전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일관된 견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