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연구원 국내외협력팀장/국제협력전문가

3월 11일 저녁 국내외 뉴스 속보를 보고 대자연의 파괴력에 자괴감과 무력감을 느꼈다. 세계 최고의 기술선진국을 자부하는 일본의 동북지역이 쓰나미와 지진으로 인해 참담한 재앙을 겪는 모습을 보니 할 말이 없어진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 한들 자연 앞에서 지극히 왜소해지는 그런 현실을 목격하고 있는 요즈음의 하루하루다. 자연 앞에서는 최대한 겸손해 져야 한다는 교훈을 느끼고 있는 그런 하루하루다.

후쿠시마 원전의 폭발로 인해 앞으로 우리 한반도의 생태계와 우리 국민이 어떤 피해를 입게 될 것인가에 대해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대부분의 우리들이 예방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사실에 안타까움과 서글픔을 동시에 느낀다.

평소 가깝게 지내고 있는 일본인 지인의 안부가 걱정이 되어 전화를 해도 통화가 되지 않는다.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센다이시에서 멀리 떨어진 지바에 살고 있는데도, 직장이 도쿄라서 지진으로 행여 그에게 불행한 일이라도 있지 않나 염려가 되어서였다. 사고 다음 날 집에서 이메일로 안부를 물으니, 그와 그 가족 모두 문제가 없다는 회신을 받고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싶어 전화를 해도 통화가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마음으로만 서로 교감을 하고 있을 뿐이다.

일본에 대해 비교적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일본이 이번 재앙을 지혜롭게 극복하는 저력을 발휘할 것으로 믿는다. 엄청난 고통과 인내력이 뒤따르겠지만, 전 세계의 이목과 관심 그리고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기에 더욱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3월 16, 17일 이틀동안 신라호텔에서 개최된 2011 EUREKA DAY에 참석했다. EUREKA는 유럽 지역 30여 회원국들이 연구 개발자금을 출연하여 유럽과 회원국 그리고 준회원국들의 산업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국제 연구개발사업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준회원국으로 가입되어 있으며 정부의 지원으로 EUREKA 회원국들의 기업 및 연구기관과 협력활동을 해마다 강화해 나가고 있다. EUREKA DAY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개최되었는데, 행사의 시작과 끝이 모두 영어로 이루어지고 있다. 동시통역이 있긴 하지만 질의응답이 거의 모두 영어로 이루어지고 있다. 2011 EUREKA 행사의 특성 상 EUREKA 사무국의 전문가들이 전문세션(Matchmaking)을 주도하고 있는 데 국내 발표자들은 물론 Floor의 참석자들 모두 영어로 대화를 한다. 우리나라 회의장에서 외국인이 사회를 보고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국제화가 무르익어 가고 있는 현실에 기쁨이 뒤따른다.

대기업은 대기업으로서 괄목할 만한 연구성과를 도출해내고 있고, 중소기업은 중소기업 나름대로 훌륭한 연구성과를 창출하여 외국의 전문가들의 관심을 유발해 내는 것을 보니, 대한 국민이라는 자부심을 느낀다. 기술 강소국이 화두가 되었듯 이제는 기술 강중소기업이 화두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기술 강중소기업이 많이 있다는 것은 그 만큼 우리나라가 기술선진국이 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은 의미한다. 더구나, 유능한 인재가 중소기업의 일원이 되어, 기술 강중소기업의 이미지를 유창한 영어로 외국인들에게 자신있게 확산시켜 나가고 있는 현실에서 큰 희망을 본다.

그런데 이런 유형의 국제회의에 참여하노라면 젊은 시절 왜 그렇게 크고 넓은 꿈을 갖지 않았었는지 후회가 엄습한다. 미국이나 영국 등 영어권 국가에서 공부를 했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영어를 구사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마음에서다. 젊은 시절 지금처럼 영어와 일본어에 투자를 했었더라면 지금과는 차원이 달라졌으리라는 마음이다.

다행히, 이번 회의에 참석하면서 영어프레젠테이션에 대한 나의 Role Model을 찾았다. 일반 상식은 물론 배경지식에 대한 깊은 전문성을 가진 그 분을 통해 앞으로 어떤 식으로 영어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할 것인지 방향을 잡게 된 것이다.

일본의 자연재해를 통해 자연의 경외감과 인간의 나약함을 깨닫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면서 새로운 도전의식을 갖게 해준 이번 한 주는 나에게 있어서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는 의미있는 시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