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지진으로 일본의 정유정제 시설과 다수의 화력발전소가 가동을 중단했고, 일본 경기침체에 따른 원유수입 감소 등에 따라 국제유가가 하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일본 석유정제 시설 가동중단에 따라 석유제품 수입증가로 석유제품가격은 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원유가 하락과 석유제품 가격 상승에 따라 국내 정유사의 수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에너지경제연구원측은 관측했다.<사진=한국석유공사>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의 방사능 누출은 국내 신규원전 건설과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부지 유치에 국민적 합의 도출에 부정적 영향을 야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또한 에너지절약 및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대한 각국의 투자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원장 김진우)은 15일 ‘일본 지진의 에너지 부문 파급영향’ 보고서를 통해 이처럼 내다봤다.

보고서는 일본의 원전 11기가 멈춰 서고, 수소폭발 등 사고까지 겹치면서 원전을 건설 중이거나 도입을 검토 중인 유럽 등지에서 원전 건설이 차질을 빚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원전 대신 천연가스(LNG)나 석탄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발전소 수요증가로 화석연료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고 연구원은 내다봤다. 또 원전을 대신할 청정에너지로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ㆍ투자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대지진으로 일본의 정유정제 시설과 다수의 화력발전소가 가동을 중단했고, 일본 경기침체에 따른 원유수입 감소 등에 따라 국제유가가 하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일본 석유정제 시설 가동중단에 따라 석유제품 수입증가로 석유제품가격은 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원유가 하락과 석유제품 가격 상승에 따라 국내 정유사의 수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연구원측은 관측했다.

이석호 에경원 전문연구원은 “일본은 석유제품 순수입국이지만 경유는 순수출국인 만큼, 일본의 경유수출 감소는 중간유분 크래킹 마진을 상승시킬 것”으로 보고 반면 “일본이 주로 수입하는 납사와 LPG 가격은 석유화학공장의 가동률 저하로 다른 석유제품에 비해 상대적인 약세”를 전망했다.

■ 제유가 하락…석유제품가는 강세
국제 에너지시장의 경우 일본의 정제시설 가동 중단에 따른 석유제품 수입수요 증가로 원유가격에 비해 석유제품가격이 강세를 보일 전망했다.

연구원측은 일본의 경기침체로 인한 석유수요 감소를 우려해 정제시설 가동 중단으로 인한 원유수입 감소 예상은 국제유가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즉, 이번 지진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국제유가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판단이다.

일본의 정제시설 가동 중단에 따른 석유제품 수입수요 증가로 원유가격에 비해 석유제품가격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은 석유제품 순수입국이면서도 경유는 순수출국이어서, 일본의 경유수출 감소는 중간유분 크래킹 마진을 상승시킬 것이라는 시각이다. 반면, 일본이 주로 수입하는 납사와 LPG 가격은 석유화학공장의 가동률 저하로 다른 석유제품에 비해 상대적 약세가 전망됐다.

보고서는 또 국제 LNG시황은 단기적으로 일본의 발전용 천연가스 현물구매 수요 증가로 가격상승 압박을 예상하고 있다. 실제 일본 전력회사들은 이미 원자력 대체발전을 위해 LNG 현물 확보에 나서고 있으며 한국가스공사에 LNG 물량 스왑을 긴급 요청한 상태다. 러시아의 경우도 일본의 요청이 있을 시 15만 톤의 LNG 공급을 확대할 의사가 있음을 피력하고 나섰다.

에경원 관계자는 “일본의 경기침체로 인한 석유수요가 감소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 정제시설 가동 중단으로 원유수입 감소가 예상되는 만큼 국제유가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이번 지진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국제유가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 EU 원전 포기 못해…안전성 강화하면서 유지
일본의 원전 폭발사고로 최근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세계 각국의 신규원전 도입계획이 재검토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고서는 설명하고 있다. 특히, 원전을 건설 중이거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화석연료 대신 원자력을 고려하고 있는 유럽 등지에서 원전에 대한 논란이 확대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연구원측은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등 여러 원자력 의존국가 정부는 원자력의 안전을 확보하면서 원자력 건설계획의 근간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점에 주목했다.

독일 메르켈 총리가 12일 긴급 관계장관 회의를 소집, 개최한 자리에서 자국의 원전이 지진이나 해일의 위협에 직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점을 언급, 원전 건설계획을 종전대로 추진할 것으로 주장했다. 이탈리아 정부 역시, 일본의 재해 때문에 향후 원자력발전으로 국가전체 전력의 1/4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변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프랑스의 경우는 국가 전력의 대부분을 58기의 원전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는데, 동 원전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을 논의할 것이라는 데 주목했다. 또한, 연구원측은 EU 에너지담당 집행위원인 G?enther Oettinger는 내주 초 각국 원자력 안전 당국자들, 원자력 운영회사들, 원자력 건설회사 관계자들과 함께 일본의 원전사고로부터 얻게 되는 교훈에 대해 논의할 계획임을 밝혔다.

독일의 경우 지난해 17개 원전 가동기간을 평균 12년 연장하는 법안을 처리한 바 있으나 이 문제는 최근까지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하지만 12일 독일 서남부 Stuttgart 인근 Neckarwestheim 원자력 발전소 근처에서는 약 4만명이 원전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는 등 같은 날 Banden-W?rttember에서도 반대시위가 벌어졌다고 보고서는 언급했다.

■ 국내 정유사만 수출수익 개선…원전은 난항
연구원은 일본 정유공장 가동 중단으로 인한 단기적인 원유수요 감소는 국제 원유가격을 하락시켜 국내 원유 도입단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원전에 대한 안전검사, 건설계획 차질 등으로 천연가스 및 석탄 발전이 확대되면서 화석연료 가격 상승 압박을 견디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에너지절약 및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대한 투자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지진 피해복구 시까지 일본의 석유제품수입 증가에 따른 국제시장의 원유가격과 제품가격 격차 확대는 국내 정유회사의 수출수익성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본의 주요 석유제품 수입국인 우리나라의 대일 석유제품 수출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원은 국내생산 석유제품의 대일 수출액은 지난해 36억 달러로 우리나라는 이미 단기 및 현물 도입계약을 통해 2011년 중 필요 물량(약 500만 톤)을 확보한 만큼, 천연가스 수급관리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진 여파가 확대·지속되어 일본의 발전부문 LNG 수입수요가 증가하게 될 경우 2012년 이후 국제 LNG 수급사정이 악화되어 단기 혹은 현물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도입가격의 상승도 예상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수급상황이 열악해지면, 중장기 도입계약 추진 시에 유리한 계약조건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누출은 우리의 신규원전 건설과 수명연장,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 등에 대한 국민적 합의 도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