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혜 전북대학교 교수를 만나러 가는 길. 비빔밥으로 유명한 고장 전라북도 전주는 햇빛 들이치고 3월 눈바람이 뒤섞인 오묘함이었다.

전주 고속버스터미널 앞에서 픽업차량을 기다리며, 종종 걸음을 걷고 있을 무렵, 검은 베레모를 눌러 쓴 작은 체구에 패셔너블한 차림새를 한 여성이 승용차 문을 열고, 다가와 반겼다. 지난달 대한전기학회(회장 김문덕) 홍보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던 풍력발전기술 전문가 장미혜 교수였다.

장 교수는 '초전도 발전기 기술' 연구개발에 한창 바쁘다며 말문을 열었다.

“나는 참 다양한 경험들을 해왔다. 석사를 마친 후에는 중소기업에도 다녀봤고. 연대에서 박사를 취득한 후에는 미국표준과학연구소(NIST)와 오하이오 주립대학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었다.”

장 교수는 석사를 마친 후 한 중소기업에 취업했다. 그녀는 중소기업 재직 당시 디지털 다기능 릴레이(Multi-function Protection Relay)의 특허를 취득하는 성과를 냈고, 지능형 모터보호 계전기(EOCR, Electronic Over Current Relay)를 개발했다.

장 교수에 따르면 EOCR은 현재 글로벌 전력자동화 전문기업인 슈나이더 일렉트릭社를 통해 세계 곳곳에 수출되고 있다고 한다.

“공학자들이 석ㆍ박사를 한 흐름으로 취득하는 추세 속에서, 나는 중소기업에서 세부분야를 파고들면서 전문기술에 대한 특허를 취득했다. 그 시절 성취감을 참 많이 느꼈다. 이런 경험은 박사학위 과정 중에도, 또 미국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시절에도 많은 도움이 됐고. 현재 초전도체를 이용한 발전기 기술을 연구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그렇다. 기술을 보는 눈이 깊고 넓어졌다고나 할까? (하하) 사실 이런 부분에 대해 스스로 많은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해외에서 연구원으로 있을 당시 어땠나?
“(연대 박사과정 당시) 초전도 연구를 진행하던 중 한국과학재단에서 해외 미주연수 프로그램 전국단위 20명에 선정 돼 가게 된 것이 해외에서 연구원 시절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 사실 노벨상을 받을 각오로 간 것이었다. 내가 갔던 오하이오 주립대학은 초전도분야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에디 콜링(Eddy Coling) 박사가 있던 곳이었다. 이후 초전도 분야 노벨상을 받은 2명의 연구원과 함께하고자 NIST에서 4년간 연구를 했다. NIST 재직 시절 당시, 나는 미국이라는 국가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연구원들에 대한 장단점을 알게 됐다. 그러면서 내가 한국에 가면 어떤 일을 해야 할까를 고민하게 됐다.”

그녀는 미국에서 전기시설의 낙후, 집구조의 비효율적인 양식 등을 보며 선진국에 대한 동경을 버리게 됐고, 한국인으로써의 자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1990년대 말, 당시 우리나라 삼성 핸드폰 크기의 2배쯤 되는 노키아 휴대폰을 들고 다니는 미국 사람들을 보면서 한국 과학기술의 저력과 발전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깨닫기 시작했다. 한국으로 돌아가 과학기술 발전에 이바지 하고 싶다는 포부가 생겼다.”

-현재 어떤 연구개발에 매진 중인가?
“전기공학과 초전도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밖에도 연구원시절, 융복합기술을 요하는 풍력발전기 시스템 연구, 풍력발전기용 발전기, 풍력발전기의 전력품질향상과 고장진단제어를 위한 시스템의 연구를 지속해왔다. 그를 토대로 현재는 초전도체 기술을 적용한 발전기를 풍력시스템에 적용해 보는 연구 및 기술표준화 작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초전도 발전기는 그녀가 애정을 갖고 있는 분야다. 초전도는 저항을 ‘0’으로 만드는 기술이다. 전력손실을 없앤다는 말과도 동일하다.

그녀에 따르면 초전도 발전기술은 발전기 내부에 있는 영구자석을 초전도 재료로 대체하는 것을 근간으로 한다. 초전도 발전기는 자기장 10(T, 테슬라)이상, 전류밀도 10^4~10^6(A/㎠) 실현이 가능하다.

초전도 발전기는 상온에서 질소 냉각 시스템 등을 이용해 발전기로부터 발생되는 줄(Joule)손실을 차단하고, 출력을 크게 하면서 고효율을 유지한다. 장 교수는 초전도 발전기가 향후 풍력발전이 다양한 분야와 접목될 수 있도록 돕는 매개체가 될 것이라 한다. 그 밖에도 전력계통 안정도 향상, 송전손실이 없는 초전도 송전, 대규모 전력저장을 가능케 하는 초전도 전력 저장 기술까지 기술의 파생 분야도 다양하다.

“향후 풍력발전기가 5GW, 10GW 출력을 낸다고 생각해보라. 블레이드 길이가 매우 길어질꺼고, 그를 돌리려면 지금 같은 발전기로는 어림도 없다. 향후 풍력발전기에 기어리스(gearless)형 대용량 초전도 발전기를 적용한다면 고효율은 물론이고, 수심이 깊은 해상이나, 인공 지능망을 접목한 그리드로 효율적인 풍력발전기 운영을 가능케 해 우리나라 풍력산업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풍력발전전문가로, 스마트그리드 관련 견해는?
“현재 스마트그리드 신재생분야의 IEEE, IEC, ITU 표준화작업에 동참 중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국제전기통신연합(ITU, 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에서 한국 정보통신기술 표준을 리드 중이다. 미국 NIST에서 4년간 일했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 향후 이런 작업이 스마트 그리드 표준과 결합되고, 국가적으로도 (관련 표준을) 리드해가기 시작한다면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관리 및 사업 등 모든 분야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그녀는 정부가 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의 국제표준화경험을 바탕으로 세계표준화를 리드해 나가고, 세계최고 IT인프라(통신, 네트워크, 정보처리)기술을 전력분야에 적극 활용 해, 융복합 신기술이 접목 된 ‘핵심기술 비즈니스 모델’이 창출되도록 구도하는 역할을 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녀는 스마트그리드가 ‘시대적인 요구사항’이라 한다. 스마트그리드는 효율이 적은 신재생에너지의 개발과 풍력, 태양광, 바이오매스, 수력 등의 소스를 발전ㆍ수송ㆍ이용하면서 다시 재생산 되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시대와 부합할 수밖에 없는 당위성을 가진다고 덧붙였다.

“현재 우리나라 스마트그리드 산업이 나아가는 방향은 매우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가 IT강국이잖나. (스마트그리드는) 전력과 IT를 접목했다는 점에서 국가주도형 전력분야로 손색없다. 또 우리나라처럼 작은 땅에서 좋은 인재들을 배출할 수 있는 분야라고도 생각한다.”

-우리나라 풍력산업 현재와 전망은?
우리나라 풍력산업은 아직 초보수준이라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그녀는 우리나라 풍력산업이 1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지며 '대기업들은 신속한 이윤창출을 위해 다른 국가의 기술을 복사해 사업화' 해왔고, '학계 내 연구개발 역시 국가연구자금으로 지탱해 온 것이 현실'이라 한다.

“(풍력발전과 관련해) 새롭고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해 효율을 높이면서, 관련 제작비용이 대폭 절감되지 않는 한, 중국의 싼 인건비와 유럽의 앞선 기술을 내세운 풍력발전기를 이길 수 없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 풍력발전 부흥에는 무리가 따를 거다. 하지만 정부가 타 국가가 미보유한 기술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그 기술을 바탕으로 한 제품 생산화에 투자한다면 (풍력산업의) 전망은 밝다고 본다”

그녀는 한국에서 미개척지와 다름없는 풍력분야의 산업화를 위해 초전도 발전기 기술과 같은 독창적이면서 경쟁력 있는 풍력발전기술을 이끌어 내는 데, 정부와 민간의 투자 그리고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풍력산업은 정체돼있는 산업 부흥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