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AE 원전 수주 의혹에 대해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8일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월 임시국회 개회를 앞두고 UAE 핵발전소 수주의혹 공개와 국정조사 실시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가 첫 원전 플랜트 수출을 일궈낸 UAE 원전과 관련해 수주 과정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당초 수주과정에서 수주금액을 둘러싼 논란을 시작으로 특전사 파병, 그리고 100억달러에 달하는 초기 건설자금 대출에다 ‘역마진’ 의혹까지 더해졌다.

최근에는 지난 2009년 12월 27일 UAE 아부다비 현지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UAE와 체결했던 계약이 ‘본계약’이 아닐 수 있다는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원자력산업계는 일대 혼란속에 빠졌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한 원자력계 고위 인사는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둘러싼 문제가 정치적으로 쟁점화 되면 될수록 일본과 프랑스 등과 겨뤄야하는 우리에게는 더욱더 불리한 입장에 빠지게 된다”며 “깊은 이해와 도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UAE 원전 수주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무엇이고, 그리고 어떤 점들이 쟁점을 이루고 있는지 전력경제가 최근 논란을 살펴봤다.

#첫 원전 수출 쾌거=지난 2009년 12월 27일, UAE 아부다비 현지에서 낭보가 들려왔다. 우리나라가 프랑스 등 원전 선진국과 당당히 겨뤄 첫 원전 플랜트 수출이라는 기념비적인 사건의 주인공이 됐기 때문이다.

이날 이명박 대통령은 UAE 아부다비 현지에서 중동지역에서 최초로 추진되는 UAE 원자력발전사업 프로젝트에 한전컨소시엄이 프랑스(Areva)와 미국(GE)-일본(Hitachi)컨소시엄과 경합 끝에 최종사업자로 선정됐다는 점을 치하하면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UAE 원전수주에 대해 청와대는 당시 1,400MW급 한국형 원전 4기를 설계와 건설은 물론 준공 후 운영지원, 연료공급을 포함하는 초대형 원전플랜트 일괄수출 계약으로 발전소의 설계-구매-시공, 시운전, 연료공급  등 건설부문의 계약금액만 약 200억불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 원전건설 후 60년의 원전수명기간 중 원전운영社의 운전, 기기교체, 연료공급 등 운영지원에 참여해 약 200억불의 추가 수주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MBC 시사매거진 보도 이후=MBC ‘시사매거진 2580’은 최근 ‘UAE원전, 미공개 계약조건'이르는 제목의 보도에서 UAE원전사업이 기공식이 수차례 지연되는 등 사업초기부터 차질을 빚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우리나라가 지원하는 금융지원 계약조건이 있고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UAE의 국가신인도가 우리나라보다 높아 수출입은행이 수출금융 대출할 경우, 역마진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애초 ‘민중의소리’는 다양한 보도를 통해 시사매거진보다 먼저 금융지원 관련 보도를 내 놓은 바 있다.

이번 보도에 대해 지식경제부와 한전은 “UAE원전사업의 기공식이 지연되는 등 사업초기부터 차질을 빚고 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한전은 2009년 12월 주계약을 체결한 이후, 부지허가를 취득해 현재 공사계획에 따라 부지조성, 건설사무소 및 부지시설 공사를 공사계획에 따라 차질없이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지식경제부와 한전은 금융지원 부분과 관련해 “원전 등 해외 플랜트 수주에 대한 수출금융 지원은 국제적인 관례이며, 미국(ex-im 은행), 일본(jbic) 등도 자국의 해외플랜트 수주를 위해 수출금융대출을 제공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수출입은행의 UAE원전건설에 대한 수출금융(대출규모, 금리 등) 조건은 향후 UAE원자력공사(ENEC)와 협의를 통해 확정될 예정”이라며

“원전수출에 대한 수출금융 대출은 OECD가이드라인에 따라 자국의 수출입은행을 통해 지원할 수 있으나, 대출금리는 반드시 OECD가이드라인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나라 수출입은행이 대출을 하더라도 OECD 가이드라인이 요구하는 금리수준 이상으로 대출을 해야 하므로, 저금리 대출에 의한 역마진 발생 우려는 없다”고 반박했다. 또 “수출금융기관의 대출조건은 계약당사자간 비밀로서 어느 나라도 이를 공개하는 경우가 없다”고 해명했다.

금융지원 논란과 관련해 한수원의 한 관계자는 “국제적 관례 문제에 대해 정치적으로 쟁점화되면 될수록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우리”라며 “프랑스, 일본 등과 경쟁해야 하는 입장에서 정치적 쟁점화가 이뤄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경향신문은 관련 보도를 통해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예산안이 날치기 처리되는 과정에서 UAE 원전 수출의 금융지원 대출금에 대한 안전장치마저 삭제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보도에서 이혜훈의원의 MBC 라디오(손석희의 시선집중)와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하고 수은 예산과 관련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부대)의견을 기획재정부가 예결위에서 빼버려 일괄적으로 1,000억원이 배정되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부대의견을 반영하여 해당 예산 중 500억원을 수시배정 대상으로 지정하였고, 국회가 제시한 조건 이행시 500억원을 배정할 계획”이라며 “기사에서 제기된 수은 출자 예산 1,000억원이 일괄적으로 배정되는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정희 의원 ‘본계약’ 논란 제기=이정희 의원은 지난 1일 관련 보도자료를 내고 “UAE 원전이 아직 본계약도 체결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정희 의원은 “통상 대규모 플랜트 수주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MOU 체결, 자금조달 계획이 확정되어야 본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여러 의혹을 제기하고 UAE 원전 수주와 관련된 남은 의혹에 대해 국정조사권을 발동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이명박 정부가 핵심적으로 추진해온 UAE 핵발전소 수주과정에서의 문제점이 드러났다”며 “정부는 본계약 체결여부조사 의심스러운 확정되지 않은 일을 치적 쌓기에 급급해 과장해 홍보해왔다.

국민에게는 물론 국회의원에게도 거듭 거짓보고를 했으며 위헌적인 UAE 특전사 파병까지 감수하면서 이를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춘석 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현안브리핑을 통해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에 대해 이면계약이 있었던 것이 드러났다”며 “한국 정부가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수주하면서 무려 12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빌려주기로 한 이면계약이 있었다는 사실이 폭로됐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그러면서 “원전 수주 발표 1년이 지나 이면계약이 드러난 것이 더 큰 문제”라면서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남의 나라에 원전을 지어주는 게 아니냐는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일반 회사 같았으면 배임으로 즉각 경질될 사안이다. ‘제2의 중동 붐’을 가져올 것이라는 자화자찬의 끝이 어디인지, 국민들은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선영 대변인도 1일 논평을 내고 지식경제부의 해명에 대해 “대출금리와 조건도 결정하지 않고 돈부터 빌려주겠다는 계약을 하고 또 수출금융지원이 관례라면 자국민에게 숨기고 알리지 않는 것도 관례인가?”라면서

“감사원은 즉시 UAE 원전수주에 대한 직권감사에 착수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정조사도 실시해야 한다. 그래서 밝혀내야 한다”고 발언강도를 높였다.

#시민단체도 국정조사 요구 기자회견=UAE 원전 수주 의혹에 대해 시민단체도 국정조사 요구하고 나섰다.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8일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많은 의혹이 있었던 UAE 핵발전소 수주과정의 문제점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며 “2월 임시국회 개회를 앞두고 UAE 핵발전소 수주의혹 공개와 국정조사 실시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들은 “수주금액을 둘러싼 초기 놀란, UAE 특전사 파병문제 그리고 건설자금 대출과 역마진 등, 초창기 ‘장미빛 희망’으로 소개되던 건설수주의 어두운 면들이 드러나고 있다”며

UAE 핵발전소 수주와 관련한 각종 이면계약들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음에도 ‘계약내용 전체’가 공개되지 않고 있어 그 내용에 대해 국민의 알권리가 충족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우정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정치라는 것은 가장 투명하고, 국민들의 이익에 부응하는 정치가 돼야한다”며 “하나도 빠짐없이 진실된 내용들이 발표되고, 거기에 관한 것이 전반적으로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종남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대한민국 국민들은 국가의 이익, 공공성을 위해 고민하고 애쓰고 있다”며 “국내, 해외언론 등을 통해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국민들의 대표이자 대변인을 자처하는 국회가 나서 반드시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진상규명을 통해 만약 UAE 원전수주에 문제가 있다면 이와 관련된 사람을 찾아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사실을 규명하고 나서는 것이 대한민국 국회와, 국민을 위한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UAE는 왕조국가지 우리와 같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며 “국토방위를 위해 존재하는 국군이 상업적 목적으로 파병돼 이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권미혁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성명서를 통해 “UAE 핵발전소 수주 발표 후 1년이 지난 지금 우려했던 것들이 하나씩 밝혀지기 시작했다”며

“UAE 특전사 파병은 핵발전소 수주 대가로 이루어 졌으며, 핵발전소 건설과정에서의 대출과 역마진(손실)문제는 그간 정부가 이야기 한 ‘사상최대의 건설공사 수주’가 얼마나 헛된 것인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