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27일 겨울 전력수급대책회의를 개최한 최경환 지경부 장관이 전력거래소 중앙급전소를 방문해 전력수급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했다. 염명천 전력거래소 이사장(왼쪽)이 수급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겨울철 전력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냉골인 방안의 온기를 불어 넣어줄 에너지원으로 값싼 전기가 각광을 받았기 때문이다. 난방에 사용한 에너지원이 등유나 가스난방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로 바뀌면서 난방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 장관은 최근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피크시간대에 불요불급한 전기난방 자제를 당부했다. 정부에 따르면 난방수요는 전체 전력수요의 24%를 차지하고 있다.

전기온풍기, 전기판넬(바닥전기장판), 전기히터 등의 보급 확대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난방수요는 2003~2004년 825만㎾에서 2009~2010년 1,675만㎾로 850만㎾가 증가했다.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저렴한 전기요금과 사용 편의성 등으로 등유나 가스난방이 지속적으로 전기난방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전력소비 비중은 점점 감소하고 있는 석유나 석탄, 소폭 증가한 도시가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2002년 14.9%이던 전력소비 비중은 2009년 18.6%로 대폭 상승했다.

#최대전력수요 네 번째 경신
17일 최대전력수요는 역대 최고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다. 이번 겨울 들어서만 벌써 네 번째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17일 12시 최대전력수요는 종전 기록인 10일 보다 1.8% 늘어난 7,313만7,000㎾를 기록했다. 정부의 당초 예상치인 7,250만㎾를 넘어선 것이다.

물론 정부도 한파 등의 영향으로 이 예상치를 상회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날 순간 최대수요를 말하는 순시전력은 11시 09분 7,330만5,000㎾에 이르렀다. 이날 전력공급예비력은 404만2,000㎾로 공급예비율은 5.5%까지 떨어졌다.

18일과 19일에는 7,200만㎾대를 유지하다가 날씨가 따듯해진 20일~21일에는 7,100만㎾ 후반대를 유지했다. 문제는 이번주다.

#이번주가 최대 고비
전력거래소는 이번주가 겨울철 전력수급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거래소는 24일 월요일 최대전력이 7,250만㎾에 이르다가 25일 7,220만㎾ 다소 주춤할 것으로 관측했다.

하지만, 26일과 27일에는 7,270만㎾에 이를 전망이며, 금요일인 28일에도 7,250만㎾에 이르는 등 7,200만㎾대에 이를 것으로 관측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주 전력수요의 최대 고비는 24일과 25일이 될 전망이다. 21일 기상청은 주간날씨 전망을 통해 24일부터 다시 강추위가 시작될 것이라고 예보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24일 서울 아침기온은 -12℃에 이를 전망이며 한낮 기온도 -5℃에 머물 것으로 예보했다. 또 춘천은 -16℃에 이를 전망이다. 25일에도 서울은 아침기온이 -12℃에 머물 전망이며, 춘천은 -17℃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26일부터는 기온이 다소 올라갈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이번 주 전력수급의 최대 고비는 24일~25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 피크시간 난방 금지…백화점 등 실내온도 20℃ 이하로 제한
18일에는 정부가 나섰다.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를 개최하고 이번 겨울동안 현수준의 고유가가 지속될 전망인데다, 계속되는 한파로 전력수요가 역대최대치를 연일 경신함에 따라 보다 강도 높은 에너지 절감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24일부터 다음달 18일까지 4주 동안 2,000TOE 이상 에너지 다소비 건물 441곳에 대해 실내온도를 20℃ 이하로 제한토록 하는 긴급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백화점, 마트 등 판매시설 174곳과 업무시설 113곳, 교육 68곳, 숙박시설 54곳, 기타 32곳 등이 실내온도 제한을 받게 됐다.

정부는 이번 시행기간 중에는 441개 건물전체에 대한 실태점검을 하고, 불이행건물에 대해서는 시정명령, 과태료 부과 등을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내온도를 준수하지 않으면 일단 시정조치를 명령하고, 추가적발시에 과태료(300만원)를 부과할 방침이다.

특히 최경환 장관은 지난해 여름피크 동안 시행된 ‘냉방온도 제한조치’가 전력피크 예방에 큰 기여를 했다고 언급하면서 대형건물에 대한 난방온도 제한조치와 더불어 권장 난방온도 준수 등 국민들의 적극적인 이해와 동참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경부는 냉방온도 제한조치를 통해 여름 최대전력수요는 당초 7,070만㎾보다 낮은 6,989만㎾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력피크 분산조치도 발동했다. 전력피크 주발생시간인 오전 11~12시 사이에 수도권전철 등 도시철도의 운영간격을 국민불편이 적은 범위에서 현행보다 1~3분 연장하고, 전국을 6개 지역으로 구분해 2,000TOE 이상 대형 사업장(1,992개)과 건물(441개)의 개별난방기를 지역별로 10분씩 순차 운휴하도록 했다.

또 공공기관에 대해서도 난방기사용을 1일 1시간씩 2회 중단하도록 했다. 아울러 동계 전력피크 주원인인 전열기의 무분별한 사용을 억제하기 위해서 과대광고를 금지키로 하고 광고상의 효율, 난방요금 절감효과 등을 실제와 비교해 그 결과를 공표한 후 공정위, 방통위와 협조해 시정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전열기를 에너지가격표시제에 포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이런 조치를 취한 가운데 민간기업도 점심시간 조정을 확대하고 나섰다.

일진그룹이 민간으로는 처음으로 점심시간을 조정한데 이어 17일부터는 YK스틸, 대한제강 등 57개 기업이 점심시간을 1시간 앞당겼다. 한전은 민간기업의 점심시간 조정 확산으로 약 5만㎾의 수요가 추가로 감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전도 겨울철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부하관리제도를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발전소 소내전력 최소화 등의 노력을 추진하는 등 ‘비상상황’을 계속 유지한다고 밝혔다.

한전은 최대전력수요가 올 겨울 들어 네 번씩 경신되고, 당분간 한파가 지속될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와 정부의 ‘2011년 에너지수요전망 및 대책’ 등에 부응하기 위해 당초 21일까지 시행하기로 했던 한전 및 전력그룹사의 점심시간 조정을 다음달 18일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전기요금개선으로 수요 조절해야”
겨울철 전력수요 폭증과 관련해 시민사회 환경단체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고 정부는 시민들의 전기난방 탓만을 문제삼지 말고, 산업체에 특혜를 주고 있는 전기요금을 개선해 수요을 조절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들 단체는 “이번 사태는 약 30년 전 시행된 잘못된 정책에서 기인한다”며 “1980년대 정부는 전기 수요를 높게 잡았고, 그 예측에 따라 공급탄력성이 떨어지는 핵발전과 석탄화력발전을 대폭 증가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실제 수요는 예측한 양에 미치지 못했고 전기는 남아돌아 1986년 설비예비율이 61.2%에 이르기도 했다”면서 “과잉 공급된 전기를 저장하는 것도 힘들게 되자, 정부는 물가안정이라는 미명아래 전반적으로 전기 요금을 인하했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들은 “이런 ‘값싼 전기’는 우리사회를 전기를 더 많이 쓰는 구조로 만들었다”며 “정부는 심야전력과 산업용 경부하 요금을 신설했고, 공장과 가게, 공공건물 너나 할 것 없이 난방을 하는데 다른 에너지원이 아닌 ‘값싼 전기’를 이용하게 됐다”고 밝혔다.

결국 “그 결과 보통 여름철 냉방 에너지 때문에 전력 수요가 여름에 최대를 기록했던 예전과 달리 점점 겨울철 전력수요가 급증, 겨울에 연중 최대를 기록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그러면서 “이런 ‘값싼 전기’ 덕을 본 것은 전기난방을 하는 시민들이라기보다는 전기를 많이 쓰는 산업계였다”며 “제철소를 포함한 산업계는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값싼 전기’요금 덕에 전기를 더 많이 쓰는 구조로 바뀌어 갔다. 마냥 시민들의 전기 난방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산업계가 사용하는 전기의 양이 너무 크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전기 수요급증의 해결 방법은 수요를 조절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 이들 단체들은 “30년 전 잘못된 수요 예측으로 전기요금이 왜곡됐다면, 다시 수요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전기요금을 조정해야 한다”며 “전기소비에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산업용 전기에 대해서도 특혜를 줄 것이 아니라 전기요금을 정상화하고, 가정용 전기요금의 4분의 1 수준밖에 안 되는 값싼 산업용 경부하 요금도 시급히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에너지소비 감축이라는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전기 수요를 줄이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