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이 바로 친절이다.”

내가 존경하고 계시는 분께서 평상시 자주 하시는 말씀이다. 나 역시 친절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자주 언급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 친구 정말 상냥하고 항상 미소를 지으면서 일을 하는데 일하는 거 보면 정말 답답해, 전에는 일을 잘하는 것 같더니, 새로운 일을 맡겨 놓으니까 영 신통치 않단 말이야”.

실무자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 최고 경영자나 경영간부 중간 관리자들이 주위 사람들에게 자주 하는 이야기다.

일도 못하고 친절하지도 않다면 현직에서 버텨낼 수도 없겠지만, 일은 제대로 하지 못 하면서 친절하기만 하면, 일을 시키는 사람이나 부탁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정말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친절하면서 일을 잘한다면 금상첨화라는 것은 불문가지 아니던가. 전문가 시대, 다양화 시대에 전문성을 갖춘 능력이야 말로 최선의 친절이다.

20여년 전 내가 모시던 군 고위직 출신의 상사 한분이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군대든 사회든 가장 골치 아픈 사람이 누구냐 하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부지런하기만 한 사람이야. 하라고 할 수도 없고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그런 사람들은 일을 하지 않는 게 도와주는 건데 꼭 찾아서 해요.” 잘못하면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저질러 놓은 일을 뒤처리하느라 귀중한 시간을 뺏길 때가 많다는 그런 말씀이셨다.

나는 업무 현장에서 전문성과 친절을 비교해 가면서 상대방을 설득하며 일을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전문성이야 말로 최선의 친절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말이다.

“나한테 영어편지나 영어 연설문을 쓰라고 한다면, 30분이나 한 두 시간 정도면 나름대로 깔끔하게 선을 보일 수 있는데, 차단기나 초전도저장장치 등 전문기술에 대해 글을 써달라고 하면 최소 2년 반이 걸리는데 그래도 나한테 전문기술에 대해 논하라고 할 거냐?”

투의 농담반 진담반 설득하는 그런 경우이다. 내가 하는 것이 좋은 지 귀하가 하는 것이 좋은지 귀하가 판단해달라는 그런 경우인 것이다.

업무 현장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 상대방을 설득하는 나의 논리, 바로 친절과 기회비용이 가미된 설득의 논리인 셈이다.

내가 근무하는 곳은 연구와 시험 그리고 행정 지원 부문으로 크게 나누어져 있다.

연구부문은 대학과 대학원의 전공 또는 전문 분야를 고려해 직원을 선발하고, 시험 부문은 고전압 대전력 인증 평가 등 세부 전문 분야별로 나누어 인력을 채용한다.

지원 부문 역시 시설과 영선 등 특수직의 경우에는 전문성을 고려하고, 일반 행정 부문은 법학 경상 인문 사회계를 망라해 직원을 선발한다.

연구원들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자신의 전공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분야의 연구 과제를 수행하며, 시험인증 분야 기술인력 역시 이와 유사하다.

하지만 행정 지원인력은 3~5년 주기로 순환근무를 하게 된다. 매너리즘을 타파하고 행정 지원업무 전반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스페셜리스트(Specialist)가 될 것을 요구한다. 일반 지식을 두루 아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로서는 성공하는데 한계가 있어서다.

아이러니컬하지만 전문성과 일반화가 자체적으로 상충하는 논리이기도 하다. 우리 연구원은 전기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특수집단이다.

우리 연구원 개개인은 대부분 한 두 개의 특기를 가지고 있다. 연구는 물론 시험부문과 지원부문도 예외가 아니다.

나의 경우 순환근무를 거의 하지 않고 국제협력과 관련된 직무만 27년 이상 수행해 오고 있다.

나에게는 매너리즘이 해당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국제협력 전문가로서 인정을 받고 있어서 인지 판단보류 사항이지만…,어쨌든 나는 국제협력과 관련된 사안들은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갖고 있다.

언젠가 TV에 ‘나의 경쟁상대는 누구인가’라는 광고가 유행한 적이 있다.

나는 그 광고를 볼 때마다 국제협력 분야에서 과연 나는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가를 스스로 반문하면서 각오를 굳게 다졌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금년 역시 ‘5년 후의 나의 비전은 어떻게 실현되어 있을까?’를 매일 매일 생각하면서, 귀중한 시간이 낭비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전문성을 심화해 가까운 장래에 나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겠다는 각오도 곁들이면서 말이다. 전문성이 바로 최선의 친절이라는 것을 실증해 보이겠다는 굳은 의지와 더불어서…